영화 서브마린 리뷰: 웨일즈의 잠수함, 깨지는 가정, 성장의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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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브마린 |
웨일즈의 잠수함
와... 오랜만에 진짜 좋은 영화 봤다. 서브마린이라는 영화 알려준 친구한테 고마움을 전해야겠음ㅋㅋ 처음엔 그냥 평범한 성장영화인 줄 알았는데 너무 특이하고 묘한 매력이 있더라구. 주인공 올리버는 웨일즈의 평범한(?) 15살 고딩인데, 사실 평범하지가 않음ㅋㅋ 이 녀석이 자기 머릿속 생각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모든 걸 너무 깊게 생각해서 오히려 더 힘들어하는 모습이 너무 공감됐어.
내가 고딩때 철학책 좀 읽었다고 까불던 모습이랑 비슷해서 민망하기도 했음ㅠㅠ 올리버가 극중에서 카뮈 책 들고 다니면서 인생의 의미를 고민하는 장면들... 아 진짜 옛날 생각나서 혼자 웃었네. 나도 사르트르 책 한 권 들고 다니면서 까불었었는데... 지나고 보니 웃기지만 그땐 진짜 진지했거든.
첫눈에 반한 여자애 조던(야스민 페이지)한테 접근하는 방식도 넘 특이했어. 보통 영화에선 주인공이 멋있게 여자 꼬시던가 귀엽게 실수하면서 호감 얻잖아. 근데 올리버는 완전 계산적으로 여자한테 접근함. 심지어 '일정'까지 짜 놓고ㅋㅋㅋ 그래도 조던이랑 사귀게 되는 과정이 뭔가 특별하고 진짜같았어. 첫 키스 장면에서 올리버가 혀를 얼마나 넣어야 할지 고민하는 내레이션도 진짜 소름돋게 리얼했음ㅋㅋㅋㅋ 15살때 이런 고민 누구나 해봤지 않나? 혹시 나만...?
크레이그 로버츠의 연기가 진짜 대박이었어. 말을 별로 안 해도 눈빛만으로 그 어색함과 불안감을 다 표현하더라구. 올리버가 바다를 보면서 생각에 잠기는 장면들, 자기 상상 속에서 물에 가라앉는 장면들... 이런 부분에서 영화 제목인 '서브마린'의 의미가 느껴졌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감정들, 보이지 않는 내면의 고통 같은 거? 뭔가 그런 느낌이었음.
그리고 진짜 웃긴건 올리버가 자기 인생을 영화처럼 생각한다는 거ㅋㅋ 나레이션에서도 그렇고, 간간히 자기 인생에 BGM이 흐르는 상상도 하고... 요즘 애들은 틱톡에 자기 일상 올리는 것처럼, 올리버는 자기 인생을 계속 어떤 영화로 상상하는 듯했어. 이게 왜 공감되냐면... 나도 가끔 그러거든ㅋㅋㅋ 특히 이어폰 끼고 음악 들으면서 걸을 때 나도 모르게 뮤직비디오 주인공이 된 느낌?ㅋㅋㅋ 아 쪽팔려...
깨지는 가정
올리버네 집 상황이 마음 아팠다... 아빠(노아 테일러)는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고, 엄마(샐리 호킨스)는 옛 남자친구 그레이엄이랑 다시 만나기 시작하면서 집안 분위기가 완전 얼어붙음. 이런 상황에서 사춘기 10대가 느끼는 불안감이 너무 잘 표현되어 있었어.
특히 올리버가 부모님 결혼생활을 구하려고 별 짓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 가슴 아펐음ㅠㅠ 부모님 침실에 촛불 켜놓고 분위기 만들려고 한다든지, 엄마가 만나는 그레이엄을 미행한다든지... 이런 행동들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너무 슬픈 거 있지? 아역할 하는 사람치고는 보통 애가 아니긴 한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아이의 한계가 느껴졌달까?
찌질했지만 나름 용기내서 그레이엄한테 "우리 엄마 그만 만나달라"고 부탁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아. 그레이엄이 신비주의적인 힐링 강사 역할인데(파드멜 라길란투 연기), 그 캐릭터가 또 묘하게 매력있었음. 단순한 불륜남이 아니라 나름의 철학이 있는 인물로 그려져서, 올리버도 완전히 미워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영화에서 엄마 역할의 샐리 호킨스가 진짜 연기 잘하더라... 가정에서 행복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떠나지도 못하는 그런 복잡한 심정을 섬세하게 표현했어. 특히 올리버와의 대화 장면에서 아들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자기 삶도 포기할 수 없는 딜레마가 잘 드러났음.
아빠 연기한 노아 테일러도 진짜 인상적이었어. 대사는 별로 없는데 표정과 몸짓만으로도 그 캐릭터의 우울함과 무기력함이 다 전달되더라고. 올리버랑 바다 구경 가는 장면에서 둘이 나누는 짧은 대화가 왜 이렇게 마음에 남지? 아빠가 올리버한테 "넌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주는 그 순간... 둘 다 많은 말은 안 했지만 뭔가 서로를 이해하게 된 느낌이었어.
가족의 모습을 이렇게 현실적으로 그린 영화가 많지 않은 것 같아. 보통은 너무 행복하거나 아니면 너무 비극적이거나 둘 중 하나인데, 서브마린에서는 그 중간... 뭔가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도 서로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었어. 올리버가 가족의 균열을 지켜보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성장의 아픔
영화 보는 내내 올리버의 성장과정이 너무 공감됐어. 뭔가 어른이 되고 싶은데 아직 어리고, 세상을 다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아슬아슬한 시기를 너무 잘 표현한 것 같아. 첫사랑, 섹스에 대한 호기심, 부모님과의 관계 변화... 이런 것들을 겪으면서 올리버가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
특히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여자애 이야기가 마음에 남더라. 올리버가 처음엔 그 여자애를 돕고 싶어하면서도, 자기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망설이는 장면... 결국 도움을 못 주고 그 여자애가 학교를 떠나게 되는데, 그때 올리버가 느꼈을 죄책감이 느껴졌어. 이런 작은 선택들이 모여서 한 사람의 인격을 만들어가는 거잖아.
조던과의 관계에서도 올리버의 미숙함과 성장이 잘 드러났음. 처음엔 그냥 멋있어 보이는 여자애라서 반했다가, 점점 진짜 그녀를 알아가면서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이 좋았어. 특히 둘이 해변가에서 보낸 시간들,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장면들... 이런 부분에서 첫사랑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이 느껴졌지.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올리버가 조던이랑 첫 경험을 하려다 망치는 장면ㅋㅋㅋ 진짜 현실감 있게 묘사해서 좀 놀랐어. 대부분 영화에선 첫 경험이 완벽하거나 아니면 코미디로 처리하는데, 이 영화는 그 어색함과 불안감을 너무 솔직하게 보여줘서 오히려 더 공감됐다. 술 마시고 토하고 그러는 장면도... 뭔가 너무 리얼해서 좀 민망했지만 웃음도 났음ㅋㅋ
마지막에 올리버가 바다에 뛰어드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 그동안 상상 속에서만 물에 잠기던 올리버가 실제로 바다에 뛰어드는 모습... 뭔가 성장의 순간을 상징하는 것 같았어. 모든 불안과 혼란을 받아들이고,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 그런 느낌이었달까.
90년대 웨일즈라는 배경도 영화의 분위기를 더해줬어. 회색빛 하늘과 차가운 바다... 그리고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소품들. 요즘 넷플릭스 영화들은 너무 깔끔하고 완벽해서 오히려 지루한데, 이 영화는 투박하면서도 진솔한 느낌이 좋았음.
음악도 진심 최고였다. 알렉스 터너(아크틱 몽키스 보컬)가 만든 OST가 영화 분위기랑 너무 잘 맞았어. 특히 'Hiding Tonight'이라는 노래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더라... 영화 보고 바로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다니까!
이 영화, 처음엔 좀 지루하고 뭔가 싶었는데 보면 볼수록 자꾸 생각나고 여운이 길게 남는 그런 작품이야. 화려한 효과나 반전 같은 건 없지만, 인물들의 감정과 일상이 너무 생생해서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아. 요즘같이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런 영화 만나서 좋았다. 혹시 조용한 성장영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보길 추천해!!! 진짜 후회 안 할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