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양연화 리뷰 - 줄거리, 영상미 그리고 총평

화양연화


줄거리

몇 년 전 술자리에서 친구가 "인생 영화가 뭐냐"고 물었을 때 화양연화 얘기 했다가 한참 놀림 받았어요. "그게 뭐야?" "1960년대 홍콩 영화야?" 이러면서요. 근데 어쩌겠어요, 진짜 제 인생 영화인걸. 화양연화는 60년대 홍콩이 배경인데, 수(매기 정)랑 리저우(양조위)가 각자 다른 사람이랑 결혼한 상태로 같은 아파트로 이사 와요. 근데 이게 웃긴 게 둘이 알고보니 서로의 배우자가 불륜을 저지르는 사이더라고요. 진짜 웃픈 상황이죠. 그래서 둘이 처음에는 같은 상처로 서로 위로하다가 점점 가까워지는데, 중요한 건 자기들은 배우자들처럼 "그렇게" 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는 거예요. 영화 보면서 계속 "아 답답해" 이러고 있었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현실에서도 그렇게 쉽게 마음을 표현하기 어렵잖아요. 영화 마지막에 리저우가 앙코르와트에서 벽에 비밀을 속삭이는 장면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런 느낌이었어요.

영상미

화양연화 영상미는 그냥... 와. 이게 2000년대 영화라고? 지금 봐도 전혀 안 촌스러워요. 거의 그림 같다고 해야 할까. 왕가위랑 크리스토퍼 도일 콤비는 진짜 레전드인 것 같아요. 첨에 봤을 땐 너무 어둡고 갑자기 슬로우모션 나오고 이래서 좀 낯설었는데, 익숙해지니까 오히려 그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특히 좁은 복도나 골목길 같은 데서 인물 담는 구도가 독특했어요. 마치 누가 훔쳐보는 듯한 느낌? 그리고 매기 정의 치파오... 진짜 예술이에요. 이 영화 보고 막 치파오 입고 싶어졌다니까요 ㅋ 근데 내가 입으면 이상할 것 같아서 관뒀어요. 비 오는 장면도 많았는데, 그냥 비가 아니라 두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총평

솔직하게 말하면 화양연화 첨 봤을 때는 '도대체 이게 뭐지?' 싶었어요. 그냥 느릿느릿 흘러가는데 스토리도 별로 없고 대사도 별로 없고... 근데 영화 보고 집에 가는데 계속 생각나는 거예요. 그날 밤에도 자려고 누웠는데 자꾸 영화 장면들이 떠오르는 거죠. 특히 두 사람이 좁은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는 장면. 그래서 한 달쯤 뒤에 다시 봤어요. 근데 이상하게 완전 다른 영화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왜 그런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두 번째 볼 땐 매기 정이랑 양조위의 연기가 얼마나 섬세한지 더 느낄 수 있었어요. 대사는 별로 없는데 눈빛만으로도 감정 전달이 다 되는 거죠. 정말 대단한 배우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영화 볼 때마다 대학 때 생각나요. 그때 선배 한 명이랑 서로 좋아했었는데, 말 한번 제대로 못 꺼내고 졸업해버렸거든요. 나중에 SNS로 연락 오길래 설레었는데, 결혼한다는 소식이더라고요... 그때 좀만 용기 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자꾸 들고. 그래서 이 영화의 '타이밍' 얘기가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화양연화는 표면적으로는 불륜 영화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니에요. 타이밍의 중요성, 말하지 못한 감정, 그리고 그로 인한 평생의 아쉬움에 대한 영화죠. 우리 모두 인생에서 한 번쯤은 "그때 좀 더 용기 냈더라면..." 하는 순간 있잖아요. 근데 그 기회는 다시 안 오죠. 이 영화가 그런 감정을 너무 잘 표현했어요.

지난 추석에 집에서 혼자 DVD 다시 찾아서 봤는데, 세 번째 봤는데도 여전히 마음 아프더라고요. 특히 수랑 리저우가 헤어지는 "연습"을 하는 장면... 둘 다 이미 진짜로 헤어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연습이라고 자기 자신을 속이는 거. 너무 슬펐어요. 이게 우리 인생이랑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가끔 현실을 직시하기 싫을 때 우리도 자기 자신을 속이면서 살잖아요.

요즘 영화들은 다 빠르고 자극적인 것들 많은데, 화양연화는 진짜 느리고 조용해요. 처음에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근데 그 느림이 이 영화의 매력이에요. 지금도 가끔 비 오는 날이면 창가에 앉아서 화양연화 OST 들으면서 생각에 잠기곤 해요. 근데 그게 슬픈 감정만은 아니라는 게 신기해요. 뭔가 아련하면서도 따뜻한? 그런 느낌이에요. 결론적으로 화양연화는 처음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끝까지 보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영화에요. 특히 비 오는 밤에 혼자 보세요. 아마 며칠 동안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거예요. 좋은 의미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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