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리도 없이 리뷰 - 침묵의 공포, 가족의 생존, 비언어적 소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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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없이 |
침묵의 공포
소리도 없이를 처음 봤을 때 극장에서 팝콘 씹는 소리조차 거북했어요. ㅋㅋ 이거 먹다가 옆 사람한테 눈치 받을까봐 조마조마했다니까요. 존 크라신스키가 감독한 이 영화는 진짜 말 그대로 '소리'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시켰어요. 소리만 내면 외계 괴물이 달려와서 죽이는 단순한 설정인데, 이게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영화 시작하자마자 약국 장면에서 벌써 긴장감 폭발이었어요. 애들이 약국에서 장난감 우주선 로켓을 가지고 놀다가 결국 배터리까지 넣어서 소리 내는 장면에서 진짜 숨 막혔습니다. 소리내면 안 된다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관객을 계속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연출이 진짜 천재적이에요.
영화 내내 소리를 안 내려고 애쓰는 가족들 모습이 좀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대단해 보였어요. 맨발로 다니고, 바닥에 모래를 깔아서 발소리를 죽이고, 말 대신 수화로 대화하고... 이런 디테일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더 실감나게 했습니다. 특히 에밀리 블런트가 못에 발이 찔리는 장면... 아 진짜 그때 소리 지르지 않으려고 입술 물어뜯는데 저까지 아팠어요. ㅠㅠ 보통 공포영화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점프스케어나 으스스한 분위기로 공포감을 조성하는데, 이 영화는 '소리'라는 요소 하나만으로 이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습니다. 주변 사람들 기침소리조차 위협적으로 들릴 정도였으니까요. 감독이 관객들에게 영화 속 캐릭터들과 같은 경험을 강제로 시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더 몰입해서 봤던 것 같아요.
가족의 생존
이 영화가 단순한 공포영화로만 끝나지 않는 이유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에 있기 때문이에요. 처음엔 그냥 괴물 피해 살아남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보다 보니 가족애에 대한 영화더라고요. 애벗 가족이 이런 극한 상황에서도 서로를 지키려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특히 아빠 역할의 존 크라신스키... 완전 희생의 아이콘이잖아요. 자식들 구하려고 자기 목숨 내놓는 장면에선 눈물 찔끔 흘렸다는...
아들이 사고로 죽고 난 후에도 가족을 지키려고 애쓰는 부모의 모습은 정말 가슴 아팠어요. 에블린(에밀리 블런트)이 임신한 상태에서 이런 세상에 아이를 낳는다는 게 얼마나 무서웠을까... 애기 울음소리는 어떻게 막을 건데? 이런 생각하니까 더 무섭더라고요. 그리고 딸 레건이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는 설정도 이 영화에서는 반전으로 작용했어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이런 세상에선 더 잘 적응할 수 있다니... 아이러니하게도 레건의 보청기가 결국 괴물의 약점을 발견하는 열쇠가 되었잖아요.
가족들이 식사하면서 손을 잡고 기도하는 장면에서는 진짜 뭉클했어요. 세상이 망해도 일상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아빠가 아들과 함께 폭포 앞에서 대화하는 장면... 폭포 소리가 다른 소리를 가려주니까 비로소 말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 때 아들에게 "널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장면에서 눈물 좀 났어요. 항상 말해주고 싶었는데 말 못했던 그 마음... 영화 보고 나서 가족들한테 "사랑해"라는 말 몇 번 더 했던 것 같아요. 평소엔 쑥스러워서 잘 안했는데...
비언어적 소통의 힘
이 영화의 놀라운 점은 대사가 거의 없는데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거예요. 대신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 그리고 눈빛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데 이게 말보다 훨씬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에밀리 블런트와 존 크라신스키의 연기가 진짜 대단했습니다. 특히 에밀리가 욕조에서 출산하는 장면은 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통을 참는 모습이 너무 리얼해서 같이 아팠어요. 애기 울음소리 때문에 괴물이 올까봐 숨 막히게 긴장되었던 그 장면... 수화로 대화하는 가족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우리가 평소에 말로 표현하는 걸 손짓으로 대신하는데, 이게 오히려 더 진정성 있게 느껴졌어요. "I love you"라는 수화를 아빠가 딸에게 보여주는 장면은 말로 했으면 이렇게 감동적이지 않았을 것 같아요. 가족들이 서로 눈빛만으로도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평소에 얼마나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하는지 생각해보게 됐어요.
영화 마지막에 에밀리 블런트가 산탄총 장전하는 장면... 진짜 통쾌했어요!! 그동안 약한 모습만 보여줬던 엄마가 이제는 "이제 내가 가족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순간이었죠. 대사 없이도 그 결연한 표정에서 모든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말 안 해도 통하는 게 진짜 사랑 아닐까요? 이 영화는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실 요즘 스마트폰 때문에 가족들이랑 있어도 대화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근데 이 영화 보고 나서는 가족들 표정이나 눈빛을 더 자주 보게 됐어요. 말 못하는 세상이 오면 어떻게 소통할까 생각해봤더니, 지금도 말보다 중요한 게 많다는 걸 깨달았달까요.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다들 조용조용 걷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요. ㅋㅋㅋ 소리도 없이의 여운이 관객들한테까지 전해진 순간이었어요.
이 영화는 공포영화지만 결국 가족애에 대한 영화에요. 극한의 상황에서도 가족을 지키려는 부모의 모습, s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진정한 소통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어요. 소리의 부재가 오히려 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역설... 이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아, 그리고 2편도 봤는데 1편만큼 임팩트는 없더라고요. 역시 오리지널이 최고인 것 같아요. 소리만 안 내면 되는 단순한 설정으로 이렇게 긴장감 넘치는 영화를 만들다니... 존 크라신스키 감독, 진짜 천재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