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터널 선샤인 리뷰 - 줄거리, 재미 요소,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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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터널 선샤인 |
줄거리
대학교 때 룸메이트가 이 영화를 미친 듯이 추천해서 본 게 첫 만남이었는데... 왜 그렇게 추천했는지 다 보고 나서야 이해했던 기억이 나네. 헤어진 연인이 서로의 기억을 지우는 시술을 받는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하는 영화야. 내가 겪었던 그 끔찍했던 이별 후의 시간들... 다 지워버리고 싶었던 순간들... 그런 게 있었으니까 더 와닿았나봐. 영화에서 짐 캐리가 연기한 조엘은 어느 날 자신의 여자친구였던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이 자신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우는 시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충격 받은 조엘도 같은 시술을 받기로 결정하는데, 이게 영화의 진짜 시작점이지. 근데 시술이 진행되는 동안, 머릿속에서 클레멘타인과의 기억들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걸 지켜보면서 조엘은 마음이 바뀌게 돼. 자기 머릿속에서 그녀를 숨기려고 애쓰는 장면들이 정말 가슴 아프더라고...
영화는 독특하게 과거에서 현재로, 또 현재에서 과거로 왔다갔다 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을 보여주는데, 이게 진짜 묘하게 감정을 증폭시켜. 처음엔 두 사람이 왜 헤어졌는지부터 시작해서, 점점 더 행복했던 시간들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조라 보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어. 그러다가 결국 모든 기억이 지워진 후에 두 사람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고... 그 시술 전에 녹음했던 자기들의 고백 테이프를 듣게 되는데, 서로의 단점을 다 알면서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하는 그 순간이 정말 인상적이었어. 비가 내리던 작년 가을에 이 영화 다시 봤는데, 혼자 울면서 봤던 기억이 나네... 헐.
재미 요소
난 원래 영화 볼 때 영상미 같은 거에 별로 신경 안 쓰는 편인데, 이 영화는 진짜 달랐어. 조엘의 의식 속에서 기억이 지워지는 장면들이 어떻게 저렇게 연출했는지 놀라웠다니까. 집이 갑자기 무너지거나, 사람들의 얼굴이 흐려지거나, 심지어 조엘이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장면들... 와 진짜. 지난번에 잠들기 전에 꿈과 현실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그 느낌이랑 비슷하달까? 마이클 곤드리 감독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해냈는지 경이롭다.
짐 캐리의 연기도 정말 놀라웠어. 사실 난 걔 원래 '덤 앤 더머' 같은 바보 코미디로만 알고 있었거든? 근데 이 영화에서는 완전 다른 모습을 보여줬어. 그 세심하고 내성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달까... 슬픔이 묻어나는 표정 연기가 진짜 일품이었어. 케이트 윈슬렛도 자유분방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클레멘타인 연기를 정말 잘했고. 진짜 저런 성격 여자애들 현실에서 많이 봤는데 (전 여친 포함... ㅋㅋ 아 망했다) 정말 사실적이었어.
음악도 진짜 좋았어. 특히 엔딩에 흐르는 'Everybody's Gotta Learn Sometimes'는 지금도 내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곡이야. 작년 여름에 이별하고 나서 이 노래 들으면서 술 마셨던 기억이... 아 쓰지 말걸 그랬나? ㅋㅋㅋ 어쨌든 영화의 모든 요소가 이야기와 감정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게 인상적이었어. 영화 보는 내내 뭔가 가슴이 아렸다고 해야 하나?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기억이 지워지는 순서야. 최근의 안 좋은 기억부터 시작해서 점점 더 행복했던 시간들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조가 참 묘하게 감정을 증폭시켰어. 결국 처음 만났던 순간까지 가는데, 그 장면에서 진짜 울뻔했다니까.
총평
이 영화는 그냥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음... 기억이랑 정체성에 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인 것 같아. 가끔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지우고 싶은 기억들이 있는데 (특히 전 남친 관련... 물론 다 지울 순 없겠지만), 근데 생각해보면 그런 기억들도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 거잖아. 안 좋은 기억이라도 그게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을 테니까. 대학교 때 과제로 심리학 교수님이 '당신의 정체성은 결국 기억의 총합'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르더라... 그럼 기억을 지우면 나는 여전히 나일까?
찰리 카우프먼의 시나리오는 진짜 천재적이야. 이야기를 비선형적으로 풀어가는 방식이 얼마나 신선했는지. 그런데 복잡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으로 완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게 대단하지 않아? 지난 주말에 친구들이랑 영화 얘기하다가 이 영화 추천했는데, 다들 너무 오래됐다고 안 볼래 하더라고. 이거 못 보면 진짜 인생 손해인데...
사랑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야. 처음에 사랑에 빠졌다가, 서로의 다름을 발견하고 실망하고, 헤어지는... 그런 흔한 관계의 패턴. 근데 영화는 그걸 뛰어넘어서 "그래도 다시 시도해볼까?"라는 용기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 사실 내가 얼마 전에 헤어진 남자친구한테 연락할까 생각했던 게... 이 영화 때문인지도? ㅋㅋㅋ 물론 안 했지만! 아 그리고 그 유명한 대사 있잖아. "어차피 나중에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괜찮아?" - "괜찮아." 이게 사랑의 본질인 것 같기도 하고.
아 그리고 코로나 때 배달음식 기다리면서 이 영화 다시 봤는데, 나이 들어서 보니까 또 다르게 느껴지더라고... 어릴 땐 그냥 슬픈 로맨스로만 봤는데, 이젠 인생의 회환같은 것도 느껴지고. 음, 뭐라 설명하기 어렵지만 더 깊이 와닿았달까? 이 영화 아직 안 본 사람들은 꼭 봤으면 좋겠어. 특히 이별 후에 보면 더 강추! 그리고 와인 한 잔이랑 티슈는 필수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