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걸, 인터럽티드 리뷰 : 복잡한 정신세계, 환자들의 관계, 자유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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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인터럽티드 |
복잡한 정신세계
정신병원 영화라고 하면 좀 무섭고 암울할 것 같았는데... 기대와는 좀 달랐어요. '걸, 인터럽티드'는 1999년에 나온 영화인데 지금 봐도 너무 와닿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ㅠㅠ 위노나 라이더가 연기한 수잔나는 자살 시도 후 클레이모어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 병원에서의 경험이 영화의 중심이에요. 사실 영화 보면서 계속 생각했던 건... 그 시대에 '정신병자'라는 딱지는 얼마나 쉽게 붙여졌을까 하는 거였어요. 특히 수잔나의 '경계성 인격장애'라는 진단도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고 그냥 "확실하지 않은 것들 사이에 있는 상태"라고만 얘기하는 장면은 당시 정신의학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근데 영화의 묘미는 수잔나의 내면 상태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었어요!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한 장면이나 현실과 환각 사이를 오가는 연출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한 리사는... 진짜 무서우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소시오패스 진단을 받은 그녀는 병원 안에서 가장 자유로운 것 같으면서도 가장 파괴적인 인물이었죠. 그 시절 안젤리나 졸리의 연기는 정말 소름 돋았어요... 아카데미상 받은 이유를 알 것 같더라고요. 근데 영화 보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과연 이들은 진짜 병든 걸까?' 하는 의문이었어요. 섭식장애가 있는 데이지나 거짓말 중독인 조지나, 그리고 화상 트라우마가 있는 폴리까지... 이들의 '병'은 단순한 질환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환경과 경험의 결과물 같았거든요. 이런 부분들이 영화를 단순한 정신병원 이야기에서 더 깊은 인간 이야기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환자들의 관계
정신병원이라는 곳은 참... 독특한 공간인 것 같아요. 처음에 수잔나가 병원에 들어와서 느끼는 그 낯섦이랑 두려움이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더라고요. 맨날 병원 드라마는 많이 봤지만 정신병원은 또 다른 느낌이잖아요.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니까 점점 그 '이상한' 환자들이 사실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특히 리사랑 수잔나의 관계는 진짜 복잡미묘했어요. 서로 끌리면서도 또 파괴적인 영향을 주고... 리사가 수잔나한테 "이 세상은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곳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진짜 마음이 아팠어요.
영화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병원 직원들이랑 환자들 사이의 관계였어요. 발덱 간호사는 너무 무서웠잖아요! ㅠㅠ 규칙이 전부인 사람처럼 보였는데, 반면에 멜빈 같은 사람은 환자들에게 진짜 관심을 보여주고... 이런 대비가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사실 우리 삶에서도 이런 사람들 많잖아요. 규칙만 따지는 사람, 진심으로 도움 주려는 사람... 그리고 수잔나가 토비(제어드 레토)랑 발전시키는 로맨스도 굉장히 인간적인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비록 짧았지만 그 관계가 수잔나에게 병원 밖 세상과의 연결고리가 되어준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집단 치료 장면들... 처음엔 좀 어색하고 웃기기도 했는데, 가면 갈수록 진짜 그들의 상처를 보게 되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폴리가 자기 화상 이야기하는 장면은 진짜 가슴이 먹먹했어요... 결국 이 영화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아무리 깊은 상처와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을 함께 나누고 이해할 때 치유가 시작된다는... 수잔나가 퇴원하기 전에 리사한테 "너는 실제로 아파. 그리고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찔끔 났어요.
자유에 관한 이야기
사실 이 영화 보면서 계속 든 생각은... 우리 모두 각자 자신만의 '감옥'에 갇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거였어요. 정신병원이라는 물리적인 감옥도 있지만, 진짜 감옥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거 아닐까요? 수잔나는 처음엔 억울하게 갇혔다고 생각했지만, 점차 자신의 문제와 마주하면서 변화하게 돼요. 리사처럼 규칙 어기고 반항하는 게 자유가 아니라,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그걸 극복하려는 노력이 진짜 자유라는 걸 깨닫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어요.
영화 마지막에 수잔나가 퇴원하면서 "자유로워졌다"고 말하는데, 그게 단순히 병원을 나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의미라는 게 너무 와닿았어요. 반면에 데이지의 자살은... 정말 마음 아픈 장면이었어요. ㅠㅠ 그 자살 장면을 보면서 자유를 얻지 못했을 때의 극단적인 선택이 얼마나 비극적인지 느껴졌어요. 근데 또 중요한 건, 자유는 혼자 오는 게 아니라 책임과 함께 온다는 거잖아요. 수잔나가 병원 떠나기 전에 "이제 자신의 삶에 책임을 져야 해요"라는 말을 듣는데, 그게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자유롭게 산다는 건 그만큼 책임도 크다는...
또 이 영화가 6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았어요. 그 시대에 여성들한테 요구되던 역할이 있잖아요. 결혼하고 애 낳고... 근데 그런 틀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여자들은 쉽게 '미쳤다'고 낙인찍혔던 거예요. 수잔나도 일부분 그런 이유로 병원에 오게 된 것 같았고... 그래서 이 영화는 여성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아요. 자기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 수잔나가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표현하고, 그게 결국 치유로 이어지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가끔 나도 일기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ㅋㅋㅋ 아무튼, 이 영화는 정신질환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결국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를 찾아가는 여정 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