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키드 리뷰: 초록 마녀의 진실, 뮤지컬의 정점을 그리다
⚠️ 가벼운 스포일러 약간 포함 — 영화 전반부 흐름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오즈의 마법사 이전의 이야기, 그러니까 도로시가 회오리에 휩쓸리기 한참 전, 동쪽 마녀와 서쪽 마녀가 어떻게 그렇게 다른 운명을 살게 되었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위키드(Wicked, 2024)는 그 의문에 대한 화려한 응답입니다. 23년간 브로드웨이에서 사랑받아 온 동명의 뮤지컬을 존 추(Jon M. Chu) 감독이 스크린에 옮긴 작품으로,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엘파바와 글린다 역을 맡아 노래와 연기로 모든 장면을 끌고 갑니다.
영화 기본 정보
- 감독: 존 추 (Jon M. Chu)
- 주연: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 조나단 베일리, 미셸 여, 제프 골드블럼
- 개봉: 2024년 11월 27일 (한국)
- 러닝타임: 160분
- 등급: 전체 관람가
- 장르: 뮤지컬, 판타지, 드라마
줄거리 요약 — 두 마녀의 시작점
이야기는 오즈 왕국의 명문 시즈 대학(Shiz University)에서 시작됩니다. 태어날 때부터 초록빛 피부를 가진 엘파바(신시아 에리보)는 어디서나 시선을 끌고, 그 시선은 대부분 차가운 편견으로 돌아옵니다. 반면 사랑스러운 핑크빛 공주풍의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는 모든 사람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받는, 그야말로 사교계의 별이지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우연히 룸메이트가 되면서, 영화는 이 어색한 동거가 어떻게 우정으로, 또 어떻게 갈라지는 운명으로 이어지는지를 천천히 따라갑니다. 그러는 사이 오즈 왕국의 동물들이 말하는 권리를 잃어가고, 오즈의 마법사(제프 골드블럼)가 감추고 있는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며, 엘파바는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마주하게 됩니다.
사진 출처: Wikipedia / Universal Pictures
감상 포인트 — 무엇이 위키드를 특별하게 만드는가
신시아 에리보의 보컬 — 'Defying Gravity'는 직접 들어야 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압도적인 순간은 단연 1부의 클라이맥스, 'Defying Gravity'입니다. 신시아 에리보는 토니상 수상자답게 후렴부의 고음을 라이브로 끌어올리고, 그 한 곡을 위해 영화 전반 두 시간이 잘 짜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카타르시스가 큽니다. 극장에서 봐도 좋고, 집에서 본다면 스피커 볼륨을 꼭 키워 보길 권합니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재발견 — 코미디 감각이 살아있습니다
글린다는 자칫 가벼운 캐릭터로 흐를 수 있는 인물이지만, 아리아나 그란데는 그녀를 '귀엽지만 한심하지 않은' 절묘한 균형으로 그려냅니다. 'Popular' 시퀀스에서 보여 주는 코미디 타이밍과 보컬 기교는, 가수 출신 배우라는 선입견을 깨끗하게 지워 줍니다.
미술과 의상 — 화면 어디를 잘라도 포스터입니다
존 추 감독은 실제 시즈 대학 세트와 약 900만 송이의 튤립밭을 직접 심어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G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은 미술 디자인 덕분에 화면이 가지는 질감이 묵직합니다. 의상은 폴 태즈웰이 맡아 무대 의상의 화려함과 영화적 디테일을 조화롭게 결합했고, 결국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하며 그 완성도를 인정받았습니다.
비슷한 영화 추천 — 위키드가 좋았다면
-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 2012) — 뮤지컬 출신 배우들의 라이브 보컬을 그대로 들려준다는 점에서 위키드와 결이 비슷합니다. 묵직한 드라마를 좋아하시면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 인 더 하이츠 (In the Heights, 2021) — 같은 감독 존 추의 전작으로, 화려한 군무와 다채로운 색감이 위키드의 따뜻한 사촌 같은 인상을 줍니다.
- 라라랜드 (La La Land, 2016) — 정통 뮤지컬은 아니지만 음악으로 감정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닮았습니다. 사랑과 야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에 공감하셨다면 분명 좋아하실 작품입니다.
한 줄 평과 별점
"초록빛 피부 너머의 사람을 마침내 본다는 것 — 위키드는 그 단순한 진실을 160분 동안 노래로 들려줍니다."
별점: ★★★★☆ (4.2 / 5)
장점은 명확합니다. 보컬, 미술, 그리고 두 주연의 케미스트리. 다소 길게 느껴지는 1부의 호흡과 2부(2025)를 기다려야 결말을 볼 수 있다는 점은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지요. 그래도 일 년에 한 편 정도는 이런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위키드는 분명 그 한 편으로 충분합니다.